본문 바로가기

독서감상9

[권일용X고나무,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비참을 기록하는 일 문장들 - 낡은 조직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나쁜 방식보다 낯선 방식이 아닐까 - 범죄로 인한 상처를 공개함으로써 다른 범죄를 예방한다는 공익성도 그 상처를 다시 헤집는 아픔보다는 작았다. - 줄곧 스스로에게 세상은 왜 이해하기 어려운가 라고 자문했다. 그 질문을 조금 더 구체화하면 왜 2000년대 한국에 공감능력을 상실한 새로운 인간종이 태어났는가 라는 질문이 된다. 이 작가로서의 질문은 다섯 살배기 딸에게 세상을 어떻게 설명해줘야 하나 라는 생활인으로서의 질문과 닿아 있다. 나는 그 답을 찾는 대신, 그 답을 찾는 사람의 삶을 좇았다. - 그 뒤로 8년 넘게 감식반 근무를 했다. 동기들은 결코 그런 식으로 경력 관리를 하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윤외출은 경찰대 동기들보다 경정 승진이 4,5년 늦어졌다... 2023. 11. 5.
[박상훈, 혐오하는 민주주의] 소혹성 815호에서 만난 사람들 문장들 - 비교할 만한 대상 국가가 없을 만큼 높은 노인 자살률과 노인 빈곤, 고독사의 문제는 이 사회가, 자식들의 교육비를 대느라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제는 나이 들었다고 경멸까지 감수하도록 방치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 경제는 선진국이 되었다는데 놀랍게도 그것의 사회적 결과는 어둡고 암울하다. 법의 제재를 받지 않는 작은 사업장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산재 사망 사고, 나빠져 가는 지방 현실과 나아질 기미가 없는 낮은 출생률, 줄어들지 않는 긴 노동시간, 소득 격차, 자산 격차, 남녀 임금격차, 비정규직 비율, 사교육비 지출 규모 등이 말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그것은 지금과 같은 정치, 사회구조에서라면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성장할수록 불평등과 차별, 혐오, 적대, 분노는 오히려 더 커질 .. 2023. 10. 23.
[황정은, 디디의 우산]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물음들 황정은 작가의 세계를 애정한다. 무척 깊이. 날이 추워지면 생각나는 작품, '디디의 우산' 지난해 디디를 읽으며 적어내려간 메모를 다시 꺼내 읽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물음이 많다. 문장, 그리고 물음 - dd를 만난 이후로는 dd가 d의 신성한 것이 되었다. dd는 d에게 계속되어야 하는 말, 처음 만나 상태 그대로, 온전해야 하는 몸이었다. d는 dd를 만나 자신의 노동이 신성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을 가진 인간이 아름다울 수 있으며,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아름답다고 여길 수 있는 마음으로도 인간은 서글퍼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d를 이따금 성가시게 했던 세계의 잡음들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행복해지자고 d는 생각했다. - 더 행복해지자. 그들이 공유하는 생활의 부족함,.. 2023. 10. 16.
[유시민,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앎에 관하여 앎을 대하는 두 가지 태도 : 거만과 겸허 소설가 조해진은 에 이런 문장을 썼다. ‘말이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어떤 말은 마음을 만들기도 한다.’ 이 문장은 이렇게도 바꿀 수 있다. ‘어떤 말은 관점을 만들기도 한다.’ 과학이란 말의 힘은 그야말로 위력적이다. 과학은 세계를 탐구하는 여러 방법 중에서도 소위 진리 탐구에 가장 근접한 방법론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주장에 과학이란 이름이 일단 붙고 나면 신뢰할만한 근거로써 우위를 점하게 된다. 단순히 그럴법한 이야기가 아니란 이야기다. 우위를 차지하지 못한 쪽의 처지는 어떻게 되나. 반대편의 주장엔 ‘비과학’ 딱지가 붙어 주장의 기반 자체가 무너진다. 우스갯말로 선 과학 필승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사태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우리 사.. 2023. 10. 14.
[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혼돈과 질서 사이 문장들 - 철학에는 어떤 것들이 이름을 얻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사상이 있다. 이 사상은 정의, 향수, 무한, 사랑, 죄 같은 추상적인 개념들이 천상의 에테르적 차원에 머물면서 인간이 발견해줄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누군가가 그것들의 이름을 만들어낼 때 비로소 존재하기 시작한다고 본다. … 그런데 이 사상에 따르면, 이름이 존재하기 전까지 개념들은 대체로 불활성 상태에 있다고 한다. - 아고노말루스 요르다니. 그러면 단지 그 행위만으로 새로운 종이 탄생했다. 미지의 생물에게 자신의 깃발을 꽂기 위해 그는 주석 이름표에 그 성스러운 이름을 펀치로 새기고, 그 이름표를 유리단지 속 표본 곁에 담그고 뚜껑을 닫았다. 우주의 또 한 귀퉁이가 포획된 것이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것들.. 2023. 10. 13.
[서울리뷰오브북스 11호] 냉전과 신냉전 사이 5호부터 꾸준히 구독 중인 계간지. 잡지에 소개된 책들도 좋고, 글의 수준도 높아서 공부용으로 읽고 있다. 이번 호는 11호, '냉전과 신냉전 사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중국 로켓의 아버지 첸쉐쎤', '한국전쟁의 기원', '항미원조', 'The Triumph of Broken Promises', '동맹의 풍경', '우리가 간직한 비밀' 등을 다룬 서평을 실었다. 그 외에도 영화 비평과,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시장으로 간 성폭력', '웃음이 닮았다', '갑오경장연구', '동학농민봉기와 갑오경장', '친미개화파연구', '우리말이 국어가 되기까지',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등 이번호에 실린 서평은 대체로 재미있게 읽혔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양서를 추천받을 수 있어 좋다. 직접 읽기 버거운 .. 2023. 10.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