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感 : 감상을 씁니다

[플라톤, 국가] '선(善)'한 국가에 관한 오랜 고찰

지구인숙 2023. 10. 10. 21:06
아테네 학당(Scuola di Atene), 라파엘로 산치오

 

플라톤은 누구인가?

 
플라톤(BC 427~)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로 소크라테스의 제자이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스승이다. 생애에 걸쳐 정치, 윤리, 교육 등 다양한 분야를 심층적으로 탐구했고, 그가 추구하는 학문적 이데아에 닿고자 노력했다. 

 
 

이상적 국가에 관한 '대화'들
 

플라톤의 <국가>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Plato)의 철학적 사고와 이상 정치 체제에 관한 주요 개념을 담고 있다. <국가>는 고대 그리스 철학의 탁월함을 보여준다. 이후 서양 철학의 기반이 될 정도였다고. 플라톤 철학을 접한다는 건 서양 그리스 철학의 뿌리를 이해하려는 시도와 같다. 물론 현대에 와서 이질적인 개념도 적지 않지만, '정치'의 기본 토대를 쌓아올렸다는 것만으로 큰 의의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국가>는 대화 형식으로 쓰인 책이다. 그의 스승 소크라테스를 포함한 여러 다른 철학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철학자로는 스승 소크라테스, 제자 치온, 수도원의 칼리플론 등이 있다. 

 


 

감상 : '선(善)'에 대한 오랜 고찰
 

예술과 철학, 정치의 중심 아테네에는 현인이 많기도 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그들이 아테네에 '정착'해 살았던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철학의 시작을 열었던 이들이 '아테네에서 살았다'라는 생각이 불쑥 앞선다. 그 중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는 특히 철학사에서 반드시 거론되는 인물들이다. 플라톤의 이데아, 동굴의 비유는 워낙 유명하기에 직관적으로 플라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철학은 어디에서부터 시작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선(善)'이다.
공동의 선(善)을 찾아가는 과정이
철학사의 전부라 해도 무방하다.

'철학사를 살펴보려면 비슷한 시기의 철학자들이 어떤 철학적 질문을 했는가를 보라' 던 교수님의 말씀이 문득 떠오른다. 그렇게 너무나도 유명하지만 실제 읽어본 적은 없었던 플라톤의 생각을 들여다 보게 됐다. '문제가 되는 것은 노령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인생을 훌륭하게 사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밟을 수 있었다.
 
플라톤의 스승 소크라테스는 한 노인에게 그가 노년을 잘 보낼 수 있는 이유를 물었고 그 답을 '재산'에서 찾으며, 사적 재산을 가짐으로써 덕을 보는 것 중에 어떤 점이 가장 좋은지 묻자 노인은 남을 속이거나 거짓을 고하지 않아도 되며 신 혹은 남에게 재물을 빚진 상태로 죽지 않는다는 점이 소유한 재산이 주는 가진 가장 큰 이점이라 이야기했다.

때때로 예외는 발생하지만, 올바름은 정직함과 남에게서 받은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는 귀결에 이른다. 그는 올바름에 관한 논의에서 '기능'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모든 것에는 특유의 기능이 있으며 이 기능과 관련된 특유의 훌륭한 상태 또한 있다고 말했다. 아레테라고도 한다. 

플라톤의 국가-초기 대화편에서는 올바름이 무엇인지에 대해 올바름이 발현되는 양태, 속성만 이야기하고 그것의 본질, 보편적인 특성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나중에야 안 것이지만 그는 올바름에 관한 의미를 최초로 규정한 철학자였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플라톤 이전에 굵직한 철학자가 소크라테스인데다가 이외에는 진리는 상대적이라 이야기하던 소피스트들 뿐이니 그 이 전에 구체적인 '주장'을 정립한 이가 없을만도 하다.
 
플라톤은 올바름에는 개인의 것도 있지만 나라 전체의 것도 있기에 큰 규모의 것에서 올바름을 찾는 것이 더 쉽겠다며 나라의 올바름부터 탐구하려 했다. 그는 나라를 '성향'에 따른 '분업의 효용성'때문에 생긴 공동체로 정의하는데 그의 철학 전반에서 '성향'에 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있었다.

그는 국가란 최소 필요국가에서 시작하여 호사스러운 나라로 확대되어 감으로써 더욱 다양한 직업을 가지는 많은 사람이 사는 나라가 될 수 밖에 없으며 마침내 영토 확장과 마주하게 된다고 이야기 한다.

결국 같은 상황에 처한 대립되는 나라와의 전쟁이 불가피하며 이에 대비해 나라를 지키고 다스릴 수호자들이 필요해지는데, 이러한 전쟁엔 사유재산, 개인의 권리라는 개념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점을 미루어보아 당시에도 이러한 관념이 사람들에게 있었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지금이야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 문제지만, 엄청난 시간을 거슬러 고대 아테네에서도 이러한 식의 사고가 가능했다는 점이 놀라울 뿐이었다.
 
플라톤의 세계관에서 수호자들이 수행해야 할 일은 다른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맡은 일보다도 더욱 중요하다. 나라를 지키는 일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전문성을 요하게 되고, 이에 적합한 성향의 아이들을 선발해서 교육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성향, 앞서 언급했듯이 그의 철학은 성향이라는 단어가 없다면 아쉬울 정도다. 시가, 체육을 포함한 교육과정을 거친 아이들 가운데서 장차 완벽한 수호자, 통치자로 선정될 사람들은 그들의 보조자 또는 협력자와 구별하여 선별해 내기 위한 온갖 시험을 친다.

그러나 이들 수호자들은 수호자로 발탁된 이후로도 행복한, 특권을 누리는 생활을 한다기 보다 시민 전체가 최대한으로 행복할 수 있는 나라, 즉 공동 주거에서 영위하는 통제된 공동생활을 하게 된다. 그는 시민 전체가 최대한으로 행복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올바름이 실현되어 있는 것으로 보았고, 이러한 이익의 증대, 극대화를 위해 수호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올바른 나라의 모습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다소 엽기적인 발상을 가져오는데, 올바른 나라의 수호자들의 생활은 '통제된 공동생활'이었다. 이론상에서 이루어졌던 일종의 사고 실험이었지만 올바름이 실현된 나라에서는 '공동의 것'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공동생활에서는 아내와 남편, 그리고 자녀까지도 공유의 대상이 되며 공유의 문제는 공동 관여의 문제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교육을 받음에 있어서도, 나라의 수호에 있어서도 이 원칙은 그대로 적용된다. 공동육아를 주장하는 부분에선 상당히 놀랐다. 단순히 마을교육공동체의 차원이 아니라 애초에 아이를 갖는, 관계를 맺는 순간까지도 공동의 것으로 여기는 지점이 사람 개개인을 공공재로 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라라는 큰 틀에 가려 개인의 중요성, 존엄에 관한 논의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 그러한 관념(개인 삶의 중요성, 존중)이 형성되기 이전이었기 때문이겠지만.
 
그는 훌륭한 나라, 아름다운 나라에서는 올바름만 아니라 지혜와 용기, 그리고 절제도 찾아볼 수 있음을 확인하고 이러한 가치가 특히 어떤 부류의 사람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성향인지를 알아본다. '성향'에 대한 논의가 이 부분까지 이어지게 되는데 아마 그의 이데아에 관한 생각이 뻗어있는 것 같다.

그의 이상에 부합하는 세계가 분명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요소(지혜, 용기, 절제)를 정해놓고 거기에 들어맞는 계층을 정한 모양이다.

스피노자의 신이 그러하듯이. 아무튼 그는 소수인 통치자들의 지혜와, 수호하는 자들의 용기, 이들의 바르고 준법적인 소신, 그리고 다스릴 쪽과 다스림을 받을 쪽 사이에 의견의 일치 속에 발현되는 절제가 모두 조화를 이룰 때 올바른 상태의 나라를 구성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최선의, 올바른 상태는 이 나라를 구성하는 세 부류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는 자신의 일을 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며 이를 올바름의 의미로 규정하게 된다.

비슷한 시기에 동양의 철학자 역시 이와 비슷하게 생각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그렇게 10권에 이르러 <국가>에서는 그의 철학, 이를테면 아레테, 이데아, 철인치자 등에 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결국 그가 생각한 올바른 국가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지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를 더듬으며 다소 파편화 되어있던 단편적인 지식이 하나의 삶, 그의 총체로 다가왔다.